1.
House of Kang
Jongno-gu, Seoul, South Korea, 1970. (demolished in 2013)
Architect: Yoo Kerl
2.
Gago House
San Pedro De la Paz, Chile, 2013
Architect: Pezo Von Ellrichshausen
이 글에선 유걸의 <강씨댁>(1970)과 페조의 <가고 하우스(2013)>를 나란히 다뤄본다. 먼저 두 건축에 대한 단상을 기록하고 각 건축에 대한 설명문을 요약/번역해 소개한다.
이 두 건축은 더 작은 사각형으로 분할되는 정방형 평면과 그 중심에서 분할된 평면을 엮는 계단 동선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또한, 이처럼 다소 엄격한 체계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여지를 포함해두었다. <강씨댁>은 이러한 체계를 편심된 중첩과 강조된 조형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충족하고, 각 실마다 상이한 개성을 부여하며 외부를 향해 체계를 표출한다. 각각의 실은 추정컨대 독립적이며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한편, <가고 하우스>는 처음부터 편심된 사분할 평면 구성을 고정한다. 벽면과 개구부의 조절, 실 배치 정도를 통해 기능을 수용하면서 각 실들의 차이가 크지 않다. 무작위한 다공성의 상자로 감싸져 체계는 은폐된다. 내부는 마찬가지로 분할된 바닥 공간들의 집합이지만 상호 간섭의 여지가 크다.
1. 김원의 <강씨댁>(1970)
건축가 서재원은 이 글에서 유걸 건축가가 스물 아홉 즈음에 설계한 <강씨댁>을 다룬다. 저자는 유걸의 청년기 작업인 <강씨댁>과 오늘날 '얽매이지 않는 사고를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형태'로 알려진 그의 건축의 간극에 주목한다. 당시 유걸은 김수근 건축연구소에서 3년을 근무한 뒤 1967년부터는 프리랜서 형식으로 김수근 건축연구소 일과 개인 작업을 병행했다고 한다. <강씨댁>은 1970년 미국 덴버로 이주하기 전에 실행한 일련의 주택 연작 중 하나이다. 저자는 목천아카이브 구술집을 참조해 유걸이 루이스칸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에게 영향을 미쳤을 레퍼런스로서 서브드 스페이스/서번트 스페이스(Served Space/Servant Space)의 개념, <트렌턴 바스 하우스>(1955)의 9정방 평면, <제1유니테리언 교회>(1969)의 지붕과 채광형식을 추적한다.
저자는 이 주택을 근본적인 기하학적 질서에 대한 탐구로서 간주하며, 형식적인 평면과 형태를 다루기 앞서 배치 방식과 굴뚝의 조형을 이야기한다. 집이 부정형한 대지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동서남북의 축에 맞추어 배치되었고 완결된 형태와 양 끝에 솟은 굴뚝의 이국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것으로부터, 그는 유걸 건축가의 개인주의를 읽어낸다. 그 근거로 목천문화재단과의 인터뷰에서 '주변과의 조화'를 개성을 억압하고 동질화를 부추기는 좋지 못한 수단이라는 유걸의 말을 인용한다. 비록 대지 한가운데 자리잡아 남과 북쪽 땅을 단절시키는 배치 방식이지만, 그로써 외부공간을 기능적으로 분리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나름의 합리성을 확인한다. 북쪽의 후정에는 굴뚝을 비롯한 빨래터, 부엌, 창고 등의 서비스 공간이, 남쪽에는 거실, 안실 등의 생활 공간이 위치한다.
평면의 기본적인 형식은 9정방 그리드이다. 저자는 집의 중심에 위치해 각 코너의 방으로 이어지는 십자형 그리드의 45도 틀어진 다이아몬드 계단 영역을 (a), 네 코너의 방을 (b), 이 둘 사이를 조율하며 상황에 따라 방의 연장, 보이드, 화장실, 옷장으로 대응하는 (b')의 구성으로 파악한다. (a)는 서번트 스페이스, (b)는 서브드 스페이스, (b')는 세미-서번트 스페이스로 인식할 수 있다. 특히 (b')의 공간으로써 내적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필요를 충족하는 건축가의 유연함, 나아가 옥상에서 드러나는 십자형 공간에 물탱크가 놓이며 지붕을 넷으로 가르는 지점에 저자는 감복했음을 고백한다.
이어서 저자는, 완결적인 조형이 기능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칫 시스템이 해체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면서, 이 주택의 경우에는 거실의 면적 확보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유걸은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풍요롭게 응용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9정방의 그리드를 거실이 위치한 2층 평면에서 계단실을 편심에 두고 복제 이동하여 두 개의 9정방으로 중첩시킨 것이다. 이러한 체계가 1층까지 계속되고 서측을 차고로 채워 합리성을 얻으며, 한편 두 중첩된 그리드는 비로소 3층에서 가장 순수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계단실을 중심으로 한 9정방의 그리드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방보다 클 수밖에 없는 1층의 차고와 2층의 보이드가 있는 거실을 수용하려고 또 하나의 9정방 그리드를 겹쳐낸 것이다.
그렇게 2층까지 현실적 문제를 해결했으니 체계를 순수하게 드러낸 조형을 위해 45도의 경사지붕, 즉 피라미드 형태로 귀결될 법하다. 그러나 이를 네 등분해버린 매저키스트적 지붕 조형을, 저자는 루이지 모레티의 <일 지라솔레>(1951)에 비견하며 매너리스트적이라고 평한다. 그밖에 덧붙은 조형은 통일성을 위해 3층 지붕과 같은 각도의 경사 지붕을 가지며 실내의 보이드에서 그로인한 (경사진) 볼륨이 드러난다고 본다. 또한, 그리드가 겹쳐지며 생긴 두 개의 기둥은 집의 유일한 점 요소로 공간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메자닌의 경사지붕 아래 공간이 형식과 형태를 맞추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긴 창고로 보인다는 점, 현관 위 보이드가 빛이 들지 않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유난히 많고 깊은 옷장들, 메자닌 층의 화장실 구성에서 욕조를 사선배치한 점을 형식과 기능 사이를 조율한 근거로 제시한다.
외부에 창을 내는 방식의 경우, 조형성을 확보하면서 지붕의 고측창에 떨어지는 빛의 극적 효과를 얻기 위한 의도로 읽는다. 특히 3층에서 학생 침실의 코너 창과 화장실 창을 제외할 경우 외부에서 보이는 창이 없고 큰 창들은 지붕 깊숙이 파고든 테라스에 위치해 외부로부터 숨겨져있다. 그 결과 건물의 조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개구부가 절제된 방에는 오직 고측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확산되어 마치 예배당 같은 성격을 부여한다. 여기서 저자는 계단실을 둘러싼 벽체가 경사지붕까지 맞닿지 않음으로, 고측창의 빛이 서번트와 서브드 스페이스 그 어느 영역의 것도 아닌 것이 됨을 지적한다. 철저히 지켜낸 형식적 질서를 빛으로 누그러뜨려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조각난 지붕은 필연적인 조형이자 의외성을 더하는 고수의 전략이 된다.
저자는 이 집이 주변의 집과 비슷한 재료-벽돌, 타일, 기와지붕 등-으로 이루어지고 대칭적 형태나 연상케하는 이미지가 오늘날의 '건축가 유걸'의 작업과의 표면적 유사성을 찾기 힘들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이 집에 내포된 작가의 개인성과 저항정신은 우리가 아는 유걸과 같음을 피력한다.
2. 페조의 <가고 하우스>(2013)
다음 설명문은 한 웹진에 소개된 페조 사무소의 설명문을 번역한 것이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최근들어 부쩍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교외 지역 한가운데에, 한 쌍의 엔지니어 커플과 두 자녀들을 위한 집은 비대칭의 사분면으로 나뉘어 4층 높이까지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정방형의 평면을 갖는다. (총 70cm 높이에 달하는) 네 개의 계단이 한 사분면과 그 다음의 사분면을 분리한다.
중심의 계단벽체와 표준형 계단으로 구성되고 계단참은 없는 나선형 계단이 실내 공간을 분할하는 거주가능한 벽체의 교차지점에 위치한다. 하나의 닫힌 공간에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모퉁이들을 가로지르는 대각선 방향의 지름길로 기능하는 (중앙)계단과, 각각의 닫힌 공간의 중심을 연결하는 또 다른 완만한 (주변)계단.
총 12개의 서로 다른 높이의 바닥면이 있고, 360도로 계단을 한바퀴 돌면 한 층 전체에 해당한다. 상승하는 시퀀스는 서로 다른 주거 기능들 사이에 다양한 크기의 친밀감과 근접성을 형성하며, 이는 지상층의 부엌이나 한 쌍의 다이닝룸에서 최상층의 침실 또는 서재로 연장된다. 이러한 계층화는 중앙의 보이드를 통한 가족간의 교류와 시간대에 따라 특정 방들을 활성화로 이끈다.
뒷뜰의 지반을 포함하는 기초를 제외하면, 이 목조 주택은 주름접힌 슬라브들과 집의 높이로 서있는 네 개의 철근콘크리트 기둥으로 이루어진 튼튼한 통일체인 중앙 계단에 의해 지지된다. 1층에서 계단의 중심축은 대각선 방향의 주출입구와 일치한다. 이 복합적이고 불균형한 기둥의 육중한 존재는, 가공 목재 보와 기둥으로 구성되고 양면이 마감된 임시적인 스캐폴딩 구조체에 담긴다. 건물의 파사드엔 환기 시트 판재와 얇은 프레임의 유리 패널이 부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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