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U House
Nakano-Ku, Tokyo, Japan, 1976. (demolished in 1997)
건축가: 이토 토요
이토 토요가 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자신의 누나에게 의뢰를 받아 설계한 집이다. 한쪽으로 경사진 박공지붕으로 덮인 좁고 긴 통로가 말발굽 형태로 중정을 만들고 있다. 현관을 통해 통로 중간으로 들어오면 양쪽 날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왼쪽 날개는 중정으로 이어진 거실과 부엌, 깊숙히 자리한 누나의 방으로 통하고, 오른쪽 날개는 두 조카의 방으로 통한다. 극히 제한적으로 개구부를 두었다. 복도는 지붕의 슬릿창만을 통해 빛을 들여온다. 동굴 같은 복도 깊숙히 들어가야 중정으로 열린 창과 부엌, 누나의 침실로 향하는 작은 복도가 모여있는 공간이 나온다. 누나(어머니)와 조카들(딸)의 침실은 복도의 양 극단에 위치하고 있어 집 안의 그 어떤 관계들보다도 가장 멀어보인다. 그러나 말발굽 형태의 배치 때문에 두 극단은 서로 붙어있으며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작은 창을 통해 서로의 인기척만은 확인할 수 있다.
21년이 지나 세 명의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사했고 이 집은 철거된다. 어디까지나 사후적으로 생각하건대, 세상에 남은 가족 구성원의 마음을 달래고 서로의 관계를 돌아보며 새로운 형태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공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소멸된 것이라 생각해본다. 이 집은 애초에 박물관으로 남거나, 아니면 철거될 운명이지 않았을까? 생활공간이라기엔 시퀀스가 강렬하고 단순하고 절제된 복도는 갤러리 같다. 도판에선 사는 사람의 생활양식이나 취향을 짐작할 만한 장식이나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철저히 재활을 위한, 한껏 웅크린 짐승의 동면을 돕고 봄을 준비하는 땅굴 같은 집을 떠올린다. 만약 이 집에 살아야할 당위가 강했더라면 충분히 고쳐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허물었던 이유는, 제 기능을 다한 후 소멸되어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집이기 때문이었을까?. 다른 내막이 있을 수 있고 어디까지나 망상에 불과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특정한 삶의 시기에 놓인 가족을 표상하면서도 함께 세월을 보내온 그 집이 갖는 강렬한 서사가 참으로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k_zVp9jf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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